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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배꼽때'같던 소설 - 채식주의자

by Reviewers 2025. 1. 4.

어렸을 때 배꼽을 파고 배꼽 때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역하지만, 뭔가 계속 맡게 되고, 나중에는 그 냄새를 맡기 위해  파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딱 이랬다.

 

 

이 책이 한강이 쓴 소설이 아니였다면 끝까지 읽었을까.
내가 현재 여유롭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읽었을까.

내가 대단한 평론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으로서 드는 생각이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었다면 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나는 금방 꺼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금새 다시 켜서 좀 더 읽고, 다시 꺼버렸을 것 같다.

 

한강이라는 작가가 주는 신뢰감, 우리나라 최초 노벨 문학상이 주는 웅장함

 

딱 그거 두가지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이 책이 주는 몰입감은 가히 엄청나다.

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 없는 평범한 경제학과 학생이 봐도 정말 잘 쓴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잘 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고, 교훈을 주는 책을 뜻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인터넷에서 봤더라면 그냥 꺼버렸을 것이다.

문해력이 약하고,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이 주는 교훈을 바로 캐치해낼 능력이 없으니까.

그래도 책을 다 읽은 지금 어떻게든 이 책이 주는 교훈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어떤 교훈을 주는지는 후술하겠지만,  몰입감하나만큼은 거의 야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져온다.

어릴 때 자주 봤던 야설은 분명 몰입감 하나는 최고였다.

흥분을 자극시키는 육감적인 문구들이 난사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하루종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채식주의자는 솔직히 되게 수준이 높은 야설같다는 생각이 든다.

육감적이지만, 소름이 끼치고.

소름이 끼치지만, 교훈이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총 3명의 시선에서 '영혜'라는 인물을 바라본다.

각 시선이 느끼는 영혜라는 인물은 다소 복잡하다.

 

1장은 영혜의 남편의 시선에서 영혜를 바라본다.

영혜의 남편은 평범한 여성을 만나기 위해 결혼을 했고, 실제로 평범한 여성인 영혜를 만나면서 만족을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평범하지 않은 영혜의 모습(채식주의자로 변화함)을 보고,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으며 결국 이혼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일까 혹은 그저 자신의 곁을 지킬 평범한 여성을 원했던 것일까.

만족감이 사랑과 같은 것일까.

진정한 사랑이었다면, 그녀를 위해 함께 채식주의를 했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사랑이란 이해관계의 합치인 것일까.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2장은 영혜의 형부의 시선에서 영혜를 바라본다.

영혜의 형부는 영혜의 외면적인 모습에서 영혜를 몰래 사모하고 있었다.

영혜의 남편과 영혜가 이혼을 한 뒤, 결국 영혜의 형부는 영혜와 관계를 갖게 된다.

하지만 결국 형부 또한 이를 영혜의 언니에게 들키게 되어 이혼을 하게 된다.

무엇이 그의 도덕적 책임감을 모두 잊게끔 만들며, 결국 자신의 와이프의 동생과 관계까지 가도록 만들었을까.

외면적 아름다움을 쫓는 것은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함의하는 장이었을까.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3장은 영혜의 언니의 시선에서 영혜를 바라본다.

영혜의 언니는 끝까지 영혜를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치료한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되었을 때, 그녀를 인정하지 않고 병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영혜는 점점 그 증상이 심화된다.

결국 극단적으로 영혜는 자신이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영혜의 증상을 심화시킨 것은 아닐까.

이타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이기적이게 작동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처음부터 다름을 인정하고, 영혜를 배려해줬다면 어땠을까.

진정한 사랑이란 그녀 자체를 존중해주는 것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인정해준다는 것.

채식주의자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본질은 그것 아닐까.